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좀비라는 장르적 요소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탄탄한 각본과 김성훈 감독의 섬세한 연출,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의 배우들이 펼치는 강렬한 연기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작품이 선보이는 독창적인 스토리, 입체적인 등장인물,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킹덤 스토리: 굶주림과 죽음, 그리고 권력의 욕망
킹덤의 스토리는 한 편의 서늘한 우화 같습니다. 역병이 창궐한 조선, 굶주린 자들이 가장 먼저 희생되고, 기득권층은 그들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들은 다시 일어납니다. 이 드라마에서 좀비는 단순한 공포 요소가 아니라, 굶주림과 탐욕의 은유이며, 체제를 뒤흔드는 존재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자의 여정이 있습니다. 왕이 병으로 쓰러진 후, 궁궐은 혼란에 빠지고, 대비와 조학주(류승룡)의 세력은 왕의 죽음을 숨긴 채 권력을 유지하려 합니다. 세자 이창(주지훈)은 역모의 누명을 벗기 위해 궁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역병의 실체를 마주합니다. 남쪽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감염은 빠르게 확산되며, 그는 생존과 진실을 동시에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드라마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스스로 괴물이 된 민초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지배층,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고민하는 이창의 모습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선 현실적인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결국, 킹덤은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인간의 탐욕과 생존 본능을 날카롭게 그려내는 정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2. 킹덤 등장인물: 시대의 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이창(주지훈)은 전형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는 듯 보이지만, 점차 백성들의 고통을 직접 목격하며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합니다. 왕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 이창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서비(배두나)는 지혜롭고 냉철한 의녀로, 역병의 근원을 추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선택을 내리는 인물입니다. 의학적 지식을 활용해 감염의 원인을 분석하고, 희망을 잃지 않으며 끝까지 싸우는 모습은 그녀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시대를 변화시키는 인물임을 보여줍니다.
조학주(류승룡)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강렬한 악역입니다. 그는 백성들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입니다. 그러나 그 또한 단순한 악인은 아닙니다. 그의 행동은 철저히 조선이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것이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속에서 그의 두려움이 드러납니다. 이렇듯 킹덤의 인물들은 선과 악으로 단순히 나뉘지 않으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안현대감(허준호), 무영(김상호), 영신(김성규)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각자의 신념과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며,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킹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감정의 흐름입니다.
3. 킹덤 시대적 배경: 역사와 상상의 경계를 넘다
킹덤의 배경은 조선 시대지만, 이는 단순한 역사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의 사회적 불안, 신분제의 붕괴, 그리고 권력층과 민초들 간의 극단적인 격차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허구적인 요소를 가미해 더욱 강렬한 서사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역병의 근원은 실존했던 ‘을묘왜변’과 같은 역사적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모습은 실제 조선 시대 대기근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고증을 넘어, 이 드라마는 "만약 조선 시대에 좀비가 나타난다면?"이라는 흥미로운 가정 위에서 서사를 전개합니다.
시대적 배경이 주는 무게감도 큽니다. 철저한 계급 사회였던 조선에서, 죽은 자들조차 신분에 따라 차별받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민초들을 희생시키고, 백성들은 좀비보다 더한 굶주림 속에서 살아갑니다. 킹덤은 단순히 좀비와 싸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모순과 인간의 본능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결론
킹덤은 단순한 좀비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역사와 장르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조선이라는 시대 속에서 벌어질 법한 비극을 그려냅니다. 탄탄한 스토리, 입체적인 등장인물, 그리고 깊이 있는 시대적 배경이 조화를 이루며,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 드라마는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 괴물은 무엇인가. 굶주림에 의해 변해버린 사람들인가, 아니면 그들을 방치한 사회인가. 그리고 권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자들과, 그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는 자들 중에서 우리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킹덤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담은 작품입니다.